화물관리인으로 일하던 주인공은 그가 일하던 정기선이 독일 경비선에 나포되어 버리며 독일의 포로가 된다. 하지만 그는 닷새 만에 작은 보트로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가 탈출한 곳이 태평양의 한가운데였기 때문에 그는 탈출했지만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망망대해에 혼자라는 절망감을 느낄 때쯤 그는 잠이 들고 괴로운 꿈에 시달린다. 잠에서 깬 그는 자신이 끝없이 펼쳐진 진흙 속에 잠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의 작은 보트는 멀리에 놓였다. 넓게 펼쳐진 축축하고 새카만 진흙에는 썩은 물고기와 정체 모를 것들의 시체로 인해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
보트로 기어 들어가며 생각한 것이, 현재 그가 처해있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해저 화산 폭발로 해저가 솟구쳤다는 것. 그뿐이라는 것이다. 몇 시간 동안 보트에 앉아서 생각했다. 진흙은 걷기에 충분히 말랐다. 잠은 이루지 못했다. 이튿날은 바다가 사라진 이유와 구조될 가능성을 찾기 위한 탐사를 준비했고, 사흘째 아침, 탐사를 떠난다. 악취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서쪽에 높이 솟아있는 언덕으로 걸어간다. 야영을 한다. 다음날 언덕을 향해 계속 걸어간다. 언덕은 여전히 멀리 있었으나 계속 걷다 보니 저녁 즈음에는 언덕 기슭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언덕은 매우 높고 가팔라 보인다. 기슭에서 잠이 든 그는 끔찍한 환상들이 나오는 사나운 악몽을 경험한다. 언덕을 오르고 계곡을 따라 내려간 그는 엄청난 크기와 모습을 갖춘 석조 기둥을 발견한다.
바다 생물을 묘사한 상형문자로 쓰여있었던 그 기둥에는 현대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체도 묘사되어 있었지만 거쳐온 진흙 평원에서 그는 그것들을 보았다. 그 그림 조각은 인간과 비슷한 어떠한 생물체를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물갈퀴가 달린 손과 발, 놀라울 정도로 크고 흐물흐물한 입술, 유리알처럼 튀어나온 눈 등등의 불쾌한 특징들로 가득함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인간과 비슷해 보였다. 그림 중에서 한 형체만 배경과 비율이 맞지 않는 듯 했는데, 그것이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고래를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형체들이 아주 오래전 해양 생활을 하던 원시 부족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신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놀라운 발견에 경외감에 젖어있던 그는, 그것을 보게 된다.
잔물결을 일으키며 수면 위로 떠오른 그것이 어두운 물 위로 미끄러지듯 시야에 들어온다. 악몽 속의 거대한 괴물처럼 거석을 향해 돌진한다. 비늘이 달린 커다란 팔을 휘젓고 무시무시한 머리를 웅크린 채 일정한 소리를 내고 있다. 어떻게 보트까지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그 혼란에서 벗어나 보니 샌프란시스코 병원이다. 미국 선박의 선장이 바다 한복판에서 그를 구조했다. 그들은 그 육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저명한 민속학자를 찾아가 고대 필리스틴의 전설, 물고기 신 ‘데이곤’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그뿐이었다. 왼쪽 부분이 볼록한 달이 뜨는 밤이면 더더욱 그것이 보인다. 모르핀도 소용이 없기에, 지금 모든 것을 끝내려 한다. 그때 보았던 그 모든 것이 환상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강렬한 기억들. 곧 끝을 낼 시간이다. 미끈거리는 거대한 몸뚱이가 육중하게 바닥을 밟고 오는 굉음이 들린다. 그는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 하지만, 이럴 수가, 저 손! 저 창문! 창문!
내용 출처 : 러브크래프트 전집,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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